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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이야기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빅리그에서 통하는 이유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빅리그에서 통하는 이유는?


 조금 이른 이야기일수 도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오승환의 수식어는 더이상 돌직구가 아니다. 빅리그에서의 그의 최고의 아웃 피치는 슬라이더다. 그는 4경기 동안 3.2이닝을 던지면서 8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그가 잡은 삼진 8개 가운데 5개는 슬라이더로 잡아냈으며 24개의 슬라이더를 던지는 동안 1/3은 헛스윙을 끌어냈다. 특히나 슬라이더의 스윙대비 헛스윙비율(Whiff/Swing)은 88.89% 이르고 있는데, 타자의 스윙을 끌어내면 9할은 공도 맞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데뷔 4경기에서 슬라이더의 비중을 대폭 상승시켰다. 특히나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포심과 슬라이더를 1:1 비중으로 던질 정도이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그의 슬라이더가 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인구 차이, 이중 키킹을 통한 디셉션(deception; 속임동작), 포수 몰리나의 게임 콜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Pitchf/x 데이타와 더불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잘 언급되지 않는 이유를 추가해 보겠다.


Pitchf/x로 볼때는 평범한 슬라이더


2016시즌 오승환 슬라이더

- 평균구속 85.05마일(MPH)

- 횡 무브먼트(Horizontal Movement) - 1.72
- 종 무브먼트(Vertical Movement) - 3.27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2015시즌 슬라이더를 던진 우투수 384명을 기준으로 평균 구속은 177위, 횡 무브먼트는 270위, 종 무브먼트는 338위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단순하게 Pitch f/x 무브먼트의 수치만으로 구종의 가치를 파악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지만 슬라이더의 무브먼트 자체는 아주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범한 무브먼트지만 비범한 결과


타자 상대 비중
- 포심 51.11%, 슬라이더 48.89%
- 초구 포심 75%, 슬라이더 25%
- 2스트라이크 포심 37%, 슬라이더 63%


전체 슬라이더 결과

헛스윙 33.33%, 파울 0%, 땅볼 4.17%(1개), 스윙대비 헛스윙비율(Whiff/Swing) 88.89%


 3.2 이닝 동안 24개의 투구로 아직은 지극히 적은 표본일 뿐이기 때문에 확대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현재까지는 대단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좋은 슬라이더로 정평이 나있는 클레이튼 커쇼(Clayton Kershaw)의 슬라이더는 2015시즌 헛스윙 26.04%, 스윙대비 헛스윙비율(Whiff/Swing) 44.48%를 기록하였고, 다르빗슈(Yu Darvish)는 부상 전 2014시즌에 슬라이더 헛스윙 21.13% 스윙대비 헛스윙비율(Whiff/Swing) 41.84%를 기록했었다.




조금은 다른 딜리버리


위 웨인라이트 / 아래 오승환


 여러 언론에서 그의 이중키킹을 통한 디셉션만 주목하고 있지만, 오승환의 딜리버리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 또 있다. 바로 공을 대각선으로 던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투수들은 투구판을 밟은 축발(우투수의 오른발)과 투구 시 홈플레이트 쪽으로 내딛는 발(우투수의 왼발)을 일직선으로 하여 던진다. 하지만 오승환은 그렇지 않다 투구시 왼발을 오른쪽 대각선으로 향해서 내딛는다.




 

 위의 영상은 한 경기에 나온 세인트루이스 투수들(아담 웨인라이트, 세스 메이니스, 조나단 브락스톤, 트레버 로젠탈)의 투구 장면들이다. 여기서 주목해야될 점은 축발(오른발)과 내딛는 발(왼발)의 위치다. 위의 투수들은 축발과 내딛는 발이 홈플레이트 방향과 일직선에 가깝다.




 반면 오승환은 위 영상과 같이 발을 홈플레이트 쪽으로 내딛을때 축발과 일직선으로 내딛지 않고 대각선으로 내딛는다. 이것은 오승환의 릴리즈 포인트에도 영향을 주고있다.




조금은 다른 릴리즈 포인트



브락스턴 / 오승환


 좌측은 브락스턴의 모습이고 우측은 오승환의 모습이다. 카메라 화면의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최초 투구판을 밟을때 축발과 릴리즈 포인트에서의 각의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pitch f/x 릴리즈 포인트 데이터를 살펴보면 릴리즈 포인트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오승환 / 조나단 브락스턴 릴리즈 포인트


 위의 그림과 같이 오승환과 브락스턴의 횡 릴리즈 포인트 차이는 거의 1.5피트(약45cm)차이가 난다. 위의 그림은 포수의 시점인데 오승환이 우타자쪽으로 45cm나 더 치우쳐서 공을 뿌린다는 의미이다. 오승환과 비슷한 키와 유사한 구종을 던지는 전 KC 마무리 그렉홀랜드와의 릴리즈 포인트를 비교해보면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런 오승환의 릴리즈 포인트는 오승환의 오버핸드,쓰리쿼터,사이드암등 기본적인 암슬롯의 차이와 투구판을 밟는 위치 때문에 많이 발생하지만, 오승환은 일반적인 오버핸드의 암슬롯을 가지고 있고 투구판도 가운데를 밟는다. 그런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오승환의 대각선으로 향하는 딜리버리는 그의 릴리즈 포인트에 어느정도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대각선으로 향하는 딜리버리는 투수들에게 지양되는 편이다. 컨트롤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딜리버리를 지니고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대표적인 투수들이 몇 명 존재한다. 매디슨 범가너(Madison Bumgarner)제러드 위버(Jered Weaver)는 대표적으로 이런 딜리버리를 가지고 있는 투수들이다. 둘 다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이며 대각선으로 큰 각을 이용하는 투구를 한다. 마찬가지로 오승환도 이런 딜리버리와 릴리즈 포인트로 인해 슬라이더의 각의 이득을 더 크게 느껴지게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제구력

위에 장황하게 릴리즈 포인트에 대한 부분을 써놨지만,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지금과 같은 제구력이 없었다면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승환 슬라이더 로케이션(포수방면)


 오승환은 철저하게 우타자 바깥쪽 아래로 슬라이더를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가운데로 몰리거나 높고 브레이킹이 별로 없는 행잉 슬라이더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에서도 많이 던진 부분인 빨간 부분이 한쪽으로 쏠려있다.



이런 공들을 줄이자



 하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오승환의 등판을 전부 본 팬들은 알 수 있었겠지만, 소위 패대기치는 공이 꽤 나오고 있다. 이것은 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오승환이 의식적으로 낮고 강하게 던지려고 하다가 힘이 많이들어가 나오고 현상으로 보인다. 이런 공들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현재의 높은 볼넷 비율도 (BB/9 9.8개) 줄어들고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향후 전망은?



스프링 트레이닝 오승환 스플리터


 오승환의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만 받쳐준다면 슬라이더 로케이션이 현 수준으로 유지되는 이상 지금 처럼 슬라이더 삼진 퍼레이드는 계속 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볼넷 비율을 줄이는 것과 좌타자를 상대하는데 부족한 레퍼토리는 숙제로 남아있다. 전자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후자는 오승환이 더 안정감있는 투수가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중요한 부분이다. 슬라이더는 궤적 상 좌타자에게 효과적이지 않고, 오승환의 슬라이더각이 엄청 뛰어나지도 않기 때문에 좌타자 상대에 대한 불안감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과거에 사용했던 현재의 슬라이더 보다 빠르면서 브레이킹은 더 적은 커터의 사용빈도를 늘리거나 슬라이더를 백도어 성으로 던지는 것 또한 메이저리그 수준에서는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사실 이 글은 네이버의 김형준 칼럼을 보고나서 쓰게 되었는데, 그 칼럼에서 김위원은 좌타자 상대를 위해 커브를 발전 시켰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였다. 그러나 오승환의 짧은 손가락과 커브 던질때 부자연스러운 투구폼을 봤을 때 단기간에 커브가 발전될 거 같지는 않다. 실제로 얼마전 던졌던 커브의 릴리즈 포인트만 다른 구종들을 던질때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었다. 차라리 일본에서 보여주었던 스플리터나 체인지업 같은 역회전성 구질이 좌타자를 상대하는데 효과적이므로 구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