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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이야기

이대호 마이너 계약의 의미



우리나라 언론의 일부 보도와 달리, (우리시간 2월 4일 오전)시애틀 구단은 이대호와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발표했다.



MLB와 KBO리그는 선수 구성과 계약의 형태가 다르다


 MLB의 계약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서 볼 수 있는데, 1. 신분과 관련된 내용, 2. 금액과 관련된 내용이다. 우리가 이대호 시애틀 계약에서 먼저 주목 할 부분은 첫 번째 신분과 관련된 내용이다.
 MLB는 KBO리그와 달리 흔히 이야기하는 1군(메이저리그 팀)과 2군(마이너리그 팀)이 동일 구단이 아니다. 이를테면 KBO리그의 롯데 자이언츠의 1군과 2군은 예외 규정을 제외하면 KBO에게 명단 제출만 하면 선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다. 그 이유는 1군과 2군 모두 하나의 롯데 자이언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시애틀 매리너스는 산하의 두고 있는 마이너리그 여덟 개 구단과 같은 팀이 아니다. 여기서 같은 팀이 아니라는 것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관계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시애틀 매리너스 조직내에서 시애틀이 보류권을 가진 선수들을 마이너리그 구단에 위탁하여 맡기는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이너리그 구단은 시애틀 매리너스가 직접 소유하여 일종의 자회사의 개념인 구단도 있고, 실제로 독립적인 운영을 하는 운영주체가 위탁 경영을 하는 구단도 있다. 그래서 KBO리그와 달리 MLB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선수 이동이 KBO리그에 비해 자유롭지 않다.



메이저리그 계약 = 40인 로스터 계약
마이너리그 계약 = 40인 로스터 外 계약

 

 메이저리그는 한 팀당 최대 총 40명의 인원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경기에 뛸 수 있는 총인원은 25인 이지만(25인 로스터), 예비 15명을 마이너리그에 둘 수 있어, 메이저리그 선수 25명과 마이너 리그에서 뛰는 예비 메이저리그 선수 총 40명을 메이저리그 팀 인원으로 꾸릴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15인의 메이저리그 계약 선수는 구단이 마이너리그로 내릴 수 있는 옵션을 사용한 메이저리그 계약 선수이며. 류현진이 계약할 때 조항으로 삽입했던 마이너 거부권이 이 옵션을 구단 사용하지 못하는 조항이었다. 이 인원들 40명을 합하여 40인 로스터라고 하고, 이 로스터에 들어가는 계약을 메이저리그 계약(major league contract)이라 일컫는다. 반대로 마이너리그 계약(minor league contract)은 이 40인 로스터 밖의 계약이다. 이대호가 이번에 시애틀과 맺은 계약은 40인 로스터 밖의 계약이다. 신분상으로 볼 때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있는 40인보다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뛸 확률이 조금, 어쩌면 꽤 낮을 수도 있는 계약의 형태이다.


마이너 계약을 한 이대호는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수 있는가?


 물론 마이너 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가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검증하면 메이저 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 구단은 그럴 때 메이저 리그 40인 로스터(40인이 꽉 차있을 경우)에서 한 명을 제외하고 마이너리그 선수를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넣을 수 있다. 이 단계를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소위 지명할당이라 한다. 이후 마이너리그팀은 선수와의 계약을 메이저리그 팀으로 이관시킬 수 있다. 마이너리그 계약이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대호는 이번 계약에서 추가로 로스터 外 스프링 트레이닝 초청(NRI;Non-Roster Invitee)자격을 얻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에는 원래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40인 로스터 선수들만 참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메이저리그에 근접한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팀 내 경험이 필요한 상위권 유망주들을 선정해 로스터 외 선수로 초청하여 로스터 선수들과 함께 연습 및 경쟁을 시킨다. 캠프 기간 동안 많지는 않지만, 부상이나 실력 부족 등으로 로스터의 몇 자리가 교체되는 경우는 99%의 확률로 발생한다. 이대호의 계약은 이 점을 염두에 둔 계약이다. 이대호가 캠프에서 좋은 모습으로 프론트와 코칭스태프에게 실력을 보여주면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수도 있다.





스플릿 계약이란? 이대호는 얼마를 받게 되는가?


 다음으로 금액적인 면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대호의 연봉은 (2월 4일 현재)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사실이 없다. 국내 보도에서 나온 최대 $4M이 맞는다고 해도, 그것은 현재 계약상의 이대호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일정 성적을 올린 이대호일 때 받는 금액이다. 이것은 이대호의 계약이 스플릿 계약(split contracts)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플릿 계약은 맺은 계약이 메이저리그 계약이냐, 마이너리그 계약이냐 여부로 판단되지 않는다. 40인 로스터에 드는 메이저리그 계약일지라도 스플릿 계약일 수도 있다. 스플릿 계약은 흔히 이야기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냐(25인, 메이저리그 레벨), 마이너리그 선수냐(그 외 레벨)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강정호의 계약은 스플릿 계약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은 강정호가 마이너리그로 강등돼도 현재의 연봉을 모두 보장받는 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주로 서비스 타임 3년 차 이하 선수나,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마이너리그 FA 출신 선수들은주로 계약이 스플릿 계약으로 되어있는데,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는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더라도 마이너리그에 머무를 때는 마이너리그 기준의 연봉을 받게 된다. 물론 일반적인 FA(서비스타임 6년이상)는 경력 상 연봉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추정)이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는 마이너 기준으로 계약한 연봉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야 메이저리그 기준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일전의 오승환의 계약때도 오승환의 기본 보장 연봉에 대해 논란이 된적이 있고, 아직도 그의 보장 연봉도 얼마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보장 연봉은 선수가 활약을 하든, 못하든, 부상을 당하든 보장 받는 연봉이기 때문에 계약에서 총액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오승환이나 기타 진출한 한국 선수들같이 보장된 연봉은 아니지만 우리가 주시해야 할 이대호의 연봉 또한 국내 보도된 최대 $4M이 아니라, 마이너리그에 있을때 이대호가 얼마를 받게 되는지 여부와, 메이저리그에 있을때 얼마를 기본으로 하여 인센티브를 제외한 연봉을 받느냐 하는 것이다. 이대호가 메이저에 올라갔을 때 받는 연봉은 현재 밝혀진바가 없지만 대략 $1.5M에서 $2.5M으로 단순 추측되고, 마이너에 머물때는 그 금액 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이대호의 팀 동료가 될 릴리버 라이언 쿡(Ryan Cook)이 시애틀과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스플릿 계약을 맺었는데 메이저리그에 있을때는 $1.1M의 기본연봉을 받고, 마이너에 있을때는 $300K의 기본연봉을 받게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대호의 계약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게 마이너리그에서는 메이저리그에 머무를 때보다 아주 많이 낮은 금액을 받게 될 것이다. 대략적으로 볼 때 최대로 높아도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약 $50만의 금액 보다도 적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대호는 계약의 기준에 따라 메이저와 마이너에 있는 날짜 만큼 일할 계산되어 기본 연봉을 받게될 것이다.





향후 이대호는?


 이대호는 추후 시애틀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여하여 본인의 실력을 확실하게 눈도장 찍어야 한다. 이는 돌아오는 시즌에 메이저리그에서 시작하게 될 박병호김현수, 오승환에 비해 확실하게 어려운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개막전 로스터에 들지 못하더라도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메이저리그 로스터로 진입할 수도 있으나, 이대호의 계약기간이 1년임을 고려해보면 메이저리그에서 빠르게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하기에 다른 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는 괜찮은 편이다. 우선 주전 1루수 아담 린드(Adam Lind)가 좌투수에 약한 플래툰에 적합한 타자이고, 외야가 약한 편이라 지명타자(DH)로 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넬슨 크루즈(Nelson Cruz)가 우익수로도 많이 출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대호가 뛸 1루와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어느 정도 출장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대호가 주요 경쟁 상대는 양키스 유망주 출신으로 유명한 헤수스 몬테로(Jesus Montero)이다. 이 선수는 포수 출신의 약물 복용 경력이 있는 1루수로, 메이저리그에서 맥을 못 추는 AAAA형 타격 성적과 더불어 1루 수비도 약한 선수이다. 몬테로는 마이너리그 옵션이 없는 선수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바로 마이너로 내릴 수 없고 상기하였던 DFA 조치를 통해 로스터에서 제외해야 하는 선수이다. 그래서 이대호가 몬테로가 캠프에서 엇비슷한 실력을 보여주면 나이와 계약상의 조건 때문에 몬테로가 메이저리그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이대호는 몬테로를 확실히 능가할 수 있는 실력을 보여주어야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 (물론 둘 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 이후에는 아담 린드의 플래툰 파트너와 대타로 시작할 것이다. 이후 지명타자로서 출장 기회를 늘리려면 시애틀의 코너 외야수들 세스 스미스, 아오키 보다 뛰어난 성적을 보여서 넬슨 크루즈의 우익수 출장 빈도를 늘려 지명타자 출장 기회를 스스로 늘려야 한다. 결국 이대호는 이 과정 모두에 해낼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대호는 겨울내내 MLB 적응에 대한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비쳐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년 계약이기 때문에 메이저에 도달하더라도 단기간에 좋은 모습을 못보인다면 팀 전력에서 빠르게 제외될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시일내에 메이저에 올라가서 많은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롯데, 소프트뱅크와의 연계 가능성?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이번 계약에서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모든 정황을 이해한다고 해도 굳이 현시점에서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시애틀과 계약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할 거라면 더 경쟁이 수월한 팀이 몇 팀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롯데 자이언츠나 소프트뱅크와 시애틀, 이대호 간의 어떤 합의 사항이 있지 않을까 추측도 가능해 보인다. 이를테면 개막전 로스터나 일정 기한까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하면 시애틀이 이적료를 받고 해당 팀으로 방출 이적시켜주는 합의이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시즌 도중 자팀 선수를 타리그(주로 NPB, KBO)로 소정의 이적료를 받고 이적을 시켜주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한화 이글스의 에스밀 로저스(Esmil Rogers)의 이적 케이스도 이와 같은 케이스이다. 그래서 이대호가 이미 일정 기간 메이저리그에 못 올라가면 합의된 팀으로 이적을 시켜주는 동의를 얻고 마이너리그 계약을 수용한 게 아닌가 추측이 된다. 단순히 롯데와 소프트 뱅크를 예로 든 것은 두 팀 모두 친정팀으로서 롯데는 최근 캠프에 이대호가 참여했었고, 소프트뱅크는 계속 이대호의 계약을 기다려줬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없다. 한편으로 Article XX(B) Free Agents 같이 여러 베테랑들이 권리상 얻는 6월 1일 옵트아웃이 가능한 조항을 삽입했을 가능성도 있다.